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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여행

부산 - 서울 시내버스 일주, 그 기행의 과정 - 1.

본 기행문은 소설의 형식으로 쓰였습니다. 이 점 유념하시길 :)

 

서울을 가는 진기한 방법들

 

20161월 경.

 

이게 뭐니?”

 

의아함을 표하는 어머니. 그 아래 놓인 정체불명의 서류 한 장.

 

부산 서울 시내버스 여행

 

너 제정신으로 지금 이걸 하자는 거야?”

, 그게

 

그렇다. 제정신으론 차마 말하기 힘든 주제다.

근데 세상 살다 보니 가끔 이런 정신 나간 일도 하고 싶을 때가 있더라. 이제 중3 올라가던 내겐,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정말해보려고 가져온 거야?”

맞아요, 엄마.”

내가 미치겠다, 진짜어쩌려고

 

사실 방법은 다 세워뒀다. 몇 날 몇 시에 어떤 버스를 타고, 뭐를 해야 할지. 지금은 삭제된 한 블로그에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이것이 교통덕후의 힘. 당시나 지금이나 교통에 관심이 많던 나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꽤나 많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왠진 몰라도 정작 입에서는 괜찮다라는 말 한 마디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만큼 부산-서울이 고행길이기에,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계획은 세우긴 했어?”

세웠어요. 금요일 밤 학원 끝나고 부산 가서, 토요일 날 하고 돌아오는 걸로.”

엄만 별로 맘에 안 든다. 너무 위험하기도 하고.” 어머니가 영 내키지 않는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렇다. 도로라는 게 워낙 변수가 많고 변동이 크다 보니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들을, 또 그런 여행길을 아들이 혼자 가려는 거에 엄마는 염려하시는 거겠지.

 

이에 대해선 어쩔 수 없긴 하다. 안전 장치를 몇 개 세워두었지만 그게 잘 작동하리라는 보장도 없으니. 차마 내가 확답을 하지 못하자 잠시 어머니와 나 사이, 무거운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알았어. 맘대로 해.”

 

나의 얼굴이 한순간에 밝아졌다. 사실 부정적인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계획이었으니, 내키진 않아 하셨지만 어머니의 수락에 기뻐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거라 할 수 있다.

 

.”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음을 알린 이 한 마디에, 도로 정적이 흐른다.

 

엄마와 같이. 혼자는 너무 위험하니까.”

 

나 혼자 갈 거라 예상하고 짠 계획에? 전혀 상상하지 못한 발언이다.

 

? 그래도, 원래 혼자 가려고 했던 건데

아니야. 도저히 혼자는 못 보내겠어.”

 

여행에서 혼자가는 것과 여럿이가는 것의 차이는 크다.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대응 속도. 예를 들면 버스를 놓쳐서 택시를 타는 상황일 때 등을 말할 수 있다. 이럴 때 한 명과 두 명의 차이는 크다. 후자일 때 신속한 행동이 힘드니까. 특히나 11초가 중요한 시내버스 원정에선.

 

그래서 어머니가 같이 가주겠다는, 도리어 내가 고마워해야 할 이 제안도 쉽게 바로바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혼자는 안 돼.” 엄마는 매우 단호한 표정이었다.

 

우리 집이 자유도가 높은 편이라 그나마 이런 것도 허락 받을 수 있던 거겠지. 다른 집이라면 말이나 꺼낼 수 있었을까. 위에서 저렇게 말하긴 했지만 두 명이라 해서 크게 문제 있는 건 아니니, 나도 여기서 구태여 더 말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나중에 보면 두 명이라서, 불가능했을 성공도 이룰 수 있었으니 좋은 일이려나.

 

. 알았어요.”

그래. 준비할 거 있으면 오늘 해두고.”

 

출발일은 내일. 일주일 전 급작스레 가기로 결심한 터. 부랴부랴 계획을 짜고 식사 자리에서 밑밥을 열심히 까는 등 노력한 결과, 이렇게 허락이라는 열매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