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행문은 소설의 형식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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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8 - [여행/국내여행] - 부산 - 서울 시내버스 여행 팁
2019/05/19 - [여행/국내여행] - 부산 - 서울 시내버스 일주, 그 기행의 과정 - 1.
2019/05/20 - [여행/국내여행] - 부산 - 서울 시내버스 일주, 그 기행의 과정 - 2.
2시간 20분. 서울 – 전주 소요시간에 조금 못 미치는 시간. 2시간이 지날 지금, 차창 밖은 서서히 부산이라는 도시의 풍경으로 가득차기 시작한다.
“거의 다 왔어, 엄마.”
인구 350만. 고층 건물 밀집도 1위의 도시, 부산은 그에 걸맞게 휘황찬란한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번 정거장은, 명륜역입니다. 다음 정거장은, 노포동종합버스터미널입니다.」
부산행 고속버스는 노포종합버스터미널로 가기 전, 시내에 있는 명륜역에서 한 차례 하차하고 간다. 전주로 따지자면 호남제일문, 익산으로 따지면 왕궁, 팔봉에서 정차하고 가는 거랑 비슷하달까.
보통 도시 규모가 클수록 터미널이 도시 전체를 커버해주지 못하므로, 이렇게 중간 경유지를 설정해 주민들의 편의를 도모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나 역시 시내버스 여행의 시작점이 명륜역에서 양산시 심야 시내버스를 타는 것이었기에, 이 중간 경유를 활용해 도중에 내려야 했던 것이다.
20분이 지나고 마침내 문이 열린다. 호객행위를 하기 위해 버스에 오른 택시 기사 분들의 인파를 뚫고, 우리는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2월 달의 채 가시지 않은 추위도, 우리를 막지는 못했다.
‥그러나.
인생은 초심자를 가리지 않고 시련을 주는 법.
명륜역 버스정류장. 굳게 셔터로 닫힌 지하철역을 건너 도착한 이곳은, 정보대로 버스가 온다기엔 너무 황량하고 조촐했다. 아무 도착 예정 버스도 써있지 않은 버스정보시스템(BIS).
부산이 초행길인 우리는, 이걸 보며 더욱 불안해지기만 했을 뿐이었다.
“버스 오는 거 맞지?”
엄마에게서 이 말이 나오는 것이 당연할 정도로, 주위는 사람 한 점 없이 고요한 상황.
살을 에는 바람. 분명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고 왔을 터였는데.
내 믿음은 어느새 송두리째 흔들려버리고 있었다.
뼛속까지 얼어붙는 싸늘한 날씨는, 분위기까지도 덩달아 싸늘하기 만들어버리는 상황.
이 불편한 침묵에 어찌할 바 찾지 못하고 안절부절. 20분 뒤 겨우 버스 한 대가 도착한다는 알림이 뜰 때까지 고통은 계속되어야만 했다.
“어, 떴다, 떴어!”
양산 버스 12번, 이 노선의 도착 알림은 우리에겐, 흡사 구원의 길로 이끄는 동앗줄과도 같았다.
도착하기 5분 전 소소하게 근처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먹은 엄마와 나는, 한결 나아진 마음으로 버스에 발을 올렸다.
내가 탄 것은 막차. 버스 여행 특성상 이런 아슬아슬한 첫차 막차를 많이 탈 수밖에 없다. 서울, 부산 같은 대도시권은 밤늦게까지 이런 위성도시를 잇는 버스가 많아, 이를 이용해 버스 여행 시 시간 단축과 전략 수립에 크나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문제라면, 단지 막차라고 시내버스라는 놈이 90km 이상씩 밟는다는 거였지만.
큼지막한 덩치로 질주하며 신호를 죄다 무시하는 걸 바로 뒤에서 지켜보는 건, 썩 유쾌한 광경은 아니었다. 무섭잖아‥ 이러다 어디 사거리서 차가 튀어나와버리면 어쩌려고?
덕분이라고 할 순 없지만 종점인 통도사까지 20분 일찍 도착해버렸으니, 그 위력을 실감할 만한 터였다.
“자, 다 왔어요, 다 왔어. 일어나세요.”
기사님도 퇴근해야 하는데 한 취객이 버스에 드러누워 나갈 생각을 안 하고 있자, 부랴부랴 열심히 깨워 내보내고 있었다. 원래 사람은 두 좌석을 차지해야 하는 법! ‥이라고 말하며 드러누운 듯한 사람들을 말이다.
“저, 아저씨.” 그런 기사님을 조심히 불렀다.
“음?”
“혹시, 저희가 지금 버스 여행 중이라 그런데‥ 언양터미널까지 걸어가야 해서요. 어‥ 혹시 태워주실 수 있을까요?” 본디 성격이 소심한 나. 조심조심 부탁을 해본다.
양산 버스 12번. 우리가 타고 온 이 버스는 본래 울산에 위치한 언양터미널까지 실어다 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건 낮일 때 이야기. 착한 아이들이 잠에 들 법한 시간이 지나면 한참 전 장소인 통도사에서 운행을 끊어버린다.
그 거리가 대략 10km. ‥보통 같았으면 차라리 차를 선택하게 만들었을 숫자에, 섣불리 걸어가고 싶은 마음이 자꾸 사라져 버린다.
때문에 기사님의 자비를 바라며 이렇게 부탁해보는 것이다.
기사님이 잠시 고민하시더니,
수락.
우린 그렇게 미친 거리를 차로 갈 수 있게 되었다!
‥라는 해피엔딩이면 좋았겠지만.
나와 기사님의 대화가 들릴 거리에 있던 취객이 다가온다. 자신도 태워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따진다. 듣자하니 이 버스를 매일 타는 사람. 명백히 우리랑 상황이 다른데도 말이지.
기사님이 결국 우리더러 내리라고 했다. 일 다 꼬였네.
운행 종료 후 누군가를 태우는 게 불법이라곤 하지만, 기사님이 돈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그저 선의로 해주시려고 했던 건데. 결과가 이렇게 돼버린 것이다.
에휴, 어쩌겠어. 걸어야지.
멀어져가는 버스가 왜 이렇게 좋아 보이는 것인지 고민해보며, 우리는 언양터미널을 향해 걸음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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