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행문은 소설의 형식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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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8 - [여행/국내여행] - 부산 - 서울 시내버스 여행 팁
2019/05/19 - [여행/국내여행] - 부산 - 서울 시내버스 일주, 그 기행의 과정 - 1.
“아빠한테도 허락 받는 거 알지?”
“예, 내일 받으려고요.”
아빠는 엄마보다도 개개인의 자유에 맡기는 걸 중시하는 분이라, 아마 더 쉽게 허락은 해주실 것이다. 물론 걱정은 하시지만.. 어쨌든 그런 터라 엄마에게 우선 말씀을 드린 거다.
“꼭 말씀드리고. 오늘 너무 늦게 자지 마.”
“그럴게요. 엄마.”
훈훈한 마무리. 어머니와의 협상은 그렇게 끝을 맺는다. 내일 있을 학교와 학원만 견뎌낸다면, 시내버스 여행의 출발선에 설 수 있게 된다.
수학학원이 갑자기 늦게 끝나 부산행 고속버스를 놓친다던지, 그런 참사만 없다면 말이다.
'다행이다.'
생각보다 쉽게 풀린 일에 안도하면서, 나는 이내 방으로 들어가 본래 해야 했던 일에 집중했다.
다음 날.
아빠에게 허락을 맡는 건, 아까 말했던 대로 더 쉬운 일이었다. 아버지는 걱정의 뜻을 내비치면서도, 나의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잘 다녀오라 격려해 주셨다.
부산 – 전주 노선이 이렇게 인기가 많았던가? 같은 고민이 가장 난관일 정도로, 너무나 쉽게 허락을 받은 것이다.
아, 이 지루한 수업들을 버티는 것도 난관에 포함해야겠지만.
“적분은 넓이를 구할 때 쓰는 것, 미분을 반대로 한다 생각하면 편해요, 계산식은 대표적으로, 이게 있으며‥”
타닥, 탁탁탁.
분필이 칠판에 부딪혀, 제 몸을 깎아 흔적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분필의 헌신에도 도통 들뜬 마음은, 나를 수업에 집중할 수 없도록 만든다.
‘언제쯤 끝나려나‥’
학교도 악착같이 버텨내고 학원에 온 지 3시간, 마지막 수업은 그저 길기만 하다.
딩동댕동.
으, 드디어 끝났다.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버틴 끝에야, 수업은 마침내 끝이 났다.
무섭게 가방을 든 나는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간다.
“어, 왔어?”
“다녀왔습니다.”
바깥을 가보니 어머니가 차에서 먼저 대기하고 있었다. 한 눈에 우리 차를 알아본 나는, 곧바로 빠르게 차에 탑승하였다.
“터미널로 가면 되지? 출발한다.”
“넵.”
경쾌한 엔진 소리. 자동차는 앞으로 달려나간다. 머지않아 학원가를 지난 차는, 전주를 관통하는 대로에 들어선다. 정숙하면서도 경쾌하게, 날아오를 것처럼 아름답게 내달린다.
터미널은 머지않아 도착했다. 애당초 학원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자동차일 때 이야기지만. 버스는 해당 사항 없다.
터미널 주차장에 능수능란한 솜씨로 차를 댄 어머니는, 준비해온 예매 티켓을 발권한 다음, 나와 함께 빠르게 버스에 올랐다. 10시 학원 끝. 10시 20분 버스. 10시 10분 터미널 도착. 30년의 운전 경력을 자랑하는 어머니께서 만들어 낸 결실이다.
“할 수 있겠어?” 엄마가 마지막으로 내게 각오를 물었다.
“물론이죠.” 거기에 대답할 각오도 없었다면 나는 이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을 거니까. 한층 결연해진 표정으로, 어머니께 긍정의 뜻을 전했다.
“그래‥” 걱정으로 한숨짓는 어머니. 버스는 이윽고 터미널을 나와 암흑에 접어들었다. 전주의 건물이, 조금씩 멀어지고, 부산을 향해 달려간다.
시내버스 여행은 그렇게, 칠흑 같은 밤 속에서 조용히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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